10대 최애 1~3위 모두 외산
한국 10대들의 외산 플랫폼 치중 현상
해외 빅테크의 한국의 정보기술(IT) 플랫폼 시장 잠식이 가속화하고 있다.
유튜브 등 외산앱들이 국내 사용자들의 ‘시간’을 압도적으로 점유하면서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래 핵심 소비층인 10대 사용자의 외산 플랫폼 편중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매일경제가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의뢰해 집계한 모바일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8월 2주차(12~18일) 국내 스마트폰 전체 앱 사용 시간 순위에서 유튜브가 1위를 차지하며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기간 유튜브 총사용시간은 4억 5691만시간으로 2위인 카카오톡(1억 1654만시간)과 4배에 가까운 격차가 났다. 8월 1주차(5~11일)와 비교하면 유튜브 사용시간은 약 382만 시간 늘어난 반면 카카오톡 사용시간은 334만 시간 줄어들어 차이가 더 벌어졌다. 같은 기간 3위인 네이버앱의 사용시간은 8320만 시간에서 8098만 시간으로 감소했다.
한 달에 최소 1차례 서비스를 쓴 사람 수를 의미하는 월간활성사용자(MAU) 집계에서도 유튜브가 작년 12월 이후 8개월 째 1위에 올라있다. 지난달 기준 유튜브 MAU는 4580만 8803명으로 2,3위인 카카오톡(4500만 4079명)와 네이버(4308만 7420명)를 제쳤다. 구글 크롬과 구글 포털 앱도 5위권에 들며 구글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달 구글 크롬 MAU는 3676만 6463명, 구글 포털은 3430만 9901명으로 각각 4,5위를 기록했다.
새롭게 주목할 점은 한국 10대들의 외산 플랫폼 치중 현상이다.
모바일인덱스 데이터로 국내 ‘10대 이하’(0∼만19세) 스마트폰 이용자의 사용시간(8월 12~18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구글 크롬 등 외산앱이 총사용시간 1~3위를 싹쓸이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메신저 포함)로 범위를 좁혀보면 10대의 외산앱 편중이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10대 이하의 인스타그램(SNS 부문 1위) 총사용시간은 2280만시간으로 3위인 카카오톡(1074만시간)의 두배 이상에 달했다. 인스타그램은 만 14세부터 가입할 수 있으며 카카오톡은 가입 연령의 제한이 없다.
특히 X(옛 트위터·1147만시간)가 8월 들어 사용 시간에서 카카오톡을 밀어내고 2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10대들이 선호하는 짧은 텍스트, 이미지, 영상을 앞세운 외산SNS가 카카오톡을 밀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숏츠(유튜브)’ ‘릴스(인스타그램)’ 등 숏폼 영상을 킬러 콘텐츠로 젊은 사용자층을 강력하게 ‘락인’하는 것이 외산 플랫폼들의 전략이다. 한번 사용자를 가둔 이후에는 메신저, 커머스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양하게 넓힐 수 있다.
실제로 요즘 10대는 카카오톡 대신 인스타그램 내 메시지 전송 기능인 ‘다이렉트 메시지(DM)’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학생인 이나은 양(가명)은 “재밌는 동영상을 찾으면 이를 바로 공유하기가 훨씬 편해서 친구들끼리 주로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한다”고 전했다.
정보기술(IT)업계 일각에서는 외산앱의 10대 대상 시간 점유율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선정적인 SNS 콘텐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산 플랫폼의 경우 청소년 유해 콘텐츠, 가짜뉴스 등 대응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문제가 되는 콘텐츠에 대한 심의가 한국 지사가 아닌 해외 본사에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유해 콘텐츠가 워낙 많다 보니 대응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청소년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차단 조치가 나오기 전까지 그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미국을 비롯해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청소년의 SNS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 뉴멕시코주는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가 미성년자를 불법 음란물 콘텐츠로부터 보호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메타는 지난 1월 청소년 계정에 성적인 내용의 콘텐츠가 등장하는 데 대한 비판이 일자, 성적으로 민감한 콘텐츠에 대한 필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내년부터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를 금지하기로 했다. 유타주는 18세 미만 아동이 SNS를 이용할 때 부모 허락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호주에서도 정치권이 16세 미만 아동의 SNS 접속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올해 5월 영국의 통신미디어 규제 당국 오프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어린이가 자살, 자해, 음란물 등과 연계된 유해 콘텐츠를 보지 못하도록 연령 확인을 강화하는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황순민 기자 smhwang@mk.co.kr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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